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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올해의 합정만화상

2023년 올해의 합정만화상을 발표합니다 합정만화연구학회는 지난 2020년부터 ‘올해의 합정만화상’을 연말마다 발표해왔다. 매년마다 선정작을 발표하면서 공지를 통해 ‘이 작품들이 더 많은 독자에게 읽히길 바란다’는 마음을 밝혀왔지만, 이번 ‘2023 올해의 합정만화상’에서는 좀 더 실천적인 형태로 선정 작업을 재정비하자는 논의가 있었다. 대다수의 작품 선정이 1차적으로는 선정위원들의 투표를 통해서 작품을 선별하고는 있지만, 그렇게 추려낸 작품들의 의미를 우리는 얼마나 잘 짚고 있었는가. 매년 선정 기준과 방식을 강화하고 있지만, 형식에 신경쓰는 이상으로 선정의 대상이 된 만화들을 깊이 있게 이야기해 왔는가. 매년 해당 작품이 최종 선정에 이르게 된 변을 기재하고 있지만, 몇 줄에 불과한 서술로 작품의 의..

2023 합정만화상 선정작 웹툰 <도토리 문화센터> 리뷰

일상툰의 요소를 일상툰 바깥에서 확장하다 : 웹툰 ‘일상툰’이라는 장르는 어떤 의미로는 한국 웹툰의 역사와 함께 한 장르기도 했다. 이전에도 ‘에세이’를 내건 작품이 없던 것은 아니다. 만화가 김진이 처음에는 ‘진이’라는 또 다른 필명으로 연재했던 처럼 카툰의 문법을 응용하여 만든 짧은 호흡의 작품들이나, 권교정의 같이 작가 본인을 형상화한 캐릭터가 등장해 작가 본인이 겪은 일을 모티브로 하며 그려낸 작품은 웹툰 이전에도 등장했다. 그러나 ‘일상툰’이 이전의 에세이 장르 만화가 결이 달라지는 점이라면, 작품 밖의 작가와 작품 안의 ‘작가를 형상화한 캐릭터’ 사이의 모호함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다수의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의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난다의 첫 장편 웹툰이었던 는 이러..

학회원들의 글 2023.12.31

2023 합정만화상 선정작 웹툰 <순정 히포크라테스> 리뷰 (조익상)

‘사람 고쳐 쓰는’ 이야기로 읽기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다.” 속담도 아닌데 너무 잘 알려진 말이다. 거의 진리처럼, 마치 법칙처럼 사회 속에 스며든 이 말을 정돈하면 이런 의미다. ‘사람의 부정적 특성 혹은 본성은 고쳐지지 않는다.’ 과거 어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또 같은 잘못을 저지를 것이며, 그것은 고쳐지지 않는 부정적 특성 혹은 본성 때문이다. 이 생각은 사건 보도 등 여러 사례를 통해 실체성을 획득한다. 전과자가 더이상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것보다는, 2범이 되고 3범이 되는 것이 뉴스가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떤 재범이 뉴스가 되면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라는 말의 무게감도 더해진다. 한 사람의 사례를 통해 모든 사람의 일반 법칙이 도출되는 마법이 일어나고야 만다. 하지만 인물의 성..

학회원들의 글 2023.12.31

2023 합정만화상 선정작 웹툰 <순정 히포크라테스> 리뷰 (조경숙)

망가진 세계의 틈새에서 사랑을 말하는 법 : 웹툰 세계는 끔찍하게 망가져 있다. 특히 여자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가혹한 모습으로. 사람들은 1초도 채 되지 않는 영상에서 캐릭터의 손가락 모양을 잡아내어 페미니스트라 밝힌 이에게 퇴사를 종용하고, 짧은 머리를 하고 있으니 페미니스트라며 물리적 폭력을 가하기도 한다. 채용에서는 남자보다 높은 점수를 받아도 떨어지기 십상이고, 애써 입사하더라도 승진하기 어렵다. 잘 알려진 기업 가운데 여성 임원이 단 한 명도 없는 곳도 아직은 많다. 우리 사회는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여자들의 발목을 붙잡고 그들의 진로를 방해하는 모양으로 굳어져 있다. 여자들은 자신을 찾아내기 위해 스스로를 독려해야 할 뿐만 아니라 세상의 관성과도, 심지어 사랑하는 사람과도 싸워야 한다. 웹툰 ..

학회원들의 글 2023.12.31

<웹툰 내비게이션>×<그리고, 터지다> 하프&하프 북토크 후기

합정에서 안하는 합정만화연구학회 합동 하프&하프 북토크 ×가 7월 27일 저녁 7시 4.16연대 대회의실에서 열렸습니다. (이김)은 지난해 10월 발간됐으며 합정만화연구학회 회원인 조경숙, 조익상, 박범기, 성상민이 함께 쓴 책입니다. 내비게이션이라는 제목답게 웹툰이라는 세계를 잘 모르지만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한 정확하고 구체적인 안내서입니다. (파시클)는 나온 지 딱 한 달된 책이고, 합정만화연구학회 회원이자 인권기록활동가인 박희정이 처음 혼자 쓴 책입니다. 여성만화가 5명을 인터뷰해 여성의 삶, 노동, 창작에 관해 이야기합니다. 마치 짜 맞춘 듯 커버의 색마저도 네이비와 핑크인 두 책이 만났으니, 합동 북토크는 운명이 아니겠습니까! 만화에 관한 다채로운 이야기가 흐르는 시간을 그리며, 합정만화연..

학회원들의 책 2023.07.31

⟪그리고, 터지다⟫ 납득할 수 없는 세계를 터뜨리고 새로 피워내는 여성 만화가 5인의 이야기

합정만화연구학회 박희정 학회원의 신간 를 소개합니다. 한동안 만화를 떠나있었으면서도 나는 자신을 만화인이라고 생각했다. 아마도 나는 이 책을 쓰면서 인권기록의 현장에서 얻은 시선을 만화를 사랑하는 사람들과 나누고 싶었던 것 같다. 만화의 너른 세계 어디쯤에서 세상이 준 지도와 불화하고 있을 이들을 떠올리며 이 책을 썼다. 당신에게 전하고 싶은 긴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이렇다. 만화의 세계에서는 누구나 자기 말을 가질 자격이 있다. 그러니 당신의 이야기를 그리면 된다. 나는 그 이야기를 기다린다. 이 책에 기꺼이 자신의 이야기를 나눠준 만화가 이하진, 다드래기, 송송이, 국무영, 소만(천정연) 씨에게 깊은 감사를 전한다. 자기 가슴을 터트려버리는 대신, 기어이 자기 말을 터트리는 여자들이 세계를 새로 쓴다...

학회원들의 책 2023.06.30

2022년 올해의 합정만화상

2022년 올해의 합정만화상을 발표합니다. 올해는 세 번째 선정입니다. 조금 더 기준과 방식을 다듬었습니다. 직전 해 12월~올해 11월 사이 연재되거나 출판된 이력이 있는 완결 작품을 대상으로 하여 학회원 각자의 추천작을 취합해 12월 초부터 심사를 시작하는 방식은 작년과 동일합니다. 다만 이렇게 할 경우 심사를 시작한 이후인 12월에 완결된 작품은 심사 대상에 오르지 못하여 이듬해에야 대상 작품이 되는데, 그러면 '올해' 완결된 작품을 올해의 합정만화상으로 선정할 방법이 완전히 막히고 마는 아이러니가 발생합니다. 이에 예외적으로 학회원들 다수가 읽어왔고 추천하는 작품이 12월 심사 완료 전까지 완결되는 경우에는 최종심에서 논의할 수 있도록 하였습니다. 새 특례 조항의 수혜작은 아래 리스트에서 확인하실..

스포로이드 진 03: 인스타그램을 교란하는 인스타툰-수신지 작가론

합정만화연구학회 조경숙 학회원의 신간 을 소개합니다. min4rin은 2017년 5월 21일 인스타그램에 출현했다. 만화 ⟪며느라기⟫는 처음 웹툰 플랫폼이 아닌 인스타그램에서 공개되었습니다. min4rin(민사린)이라는 계정의 포스트들은 결혼 준비의 과정을 보여주며 이야기를 시작하며, 때때로 ‘음식 항공 샷’, ‘셀카’ 등 인스타그램의 상투적 이미지가 등장합니다. 그럴듯하게 보이도록 만드는 허구의 장치들은 수신지 작가가 ‘인스타툰’을 만들어낸 형식적 요소입니다. 이는 동시에 SNS를 사용하는 여성 이용자들이 웹툰이나 책을 보는 것과는 다른 일상의 맥락에 만화의 이미지와 이야기의 너머를 파악하고, 그 심리상태를 공감하게 하는 환경을 만들어내기도 합니다. 조경숙의 비평은 수신지의 만화가 인스타그램이라는 ‘여..

학회원들의 책 2022.11.19

웹툰 세계를 안내하는 책, ⟪웹툰 내비게이션⟫

합정만화연구학회의 학회원들이 함께 쓴 책 ⟪웹툰 내비게이션⟫이 출간됩니다. "웹툰이 너무 많아서 뭘 봐야 할지 모르겠어!" "웹툰은 대체 어떻게 만들어지는 거야?" "아 이럴 때 읽을 만한 웹툰 없을까?" 이런 고민을 하는 분들께, 이 책을 추천드립니다! ⟪웹툰 내비게이션⟫은 웹툰 세계를 탐험하고 싶은 분을 위한 안내서입니다. 웹툰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또 누가 어떻게 향유하는지 등 웹툰 생태계에 대한 이해를 돕고 독자의 웹툰 향유 경험을 확장할 수 있는 웹툰 100선을 꼽아 소개합니다. 부록에서는 상황에 따라 읽어보면 좋을 맞춤 웹툰을 추천하는데요, 연애세포를 부활시키고 싶을 때, 어디론가 여행을 떠나고 싶을 때 등 다양한 경로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 ⟪웹툰 내비게이션⟫은 10월 6일부터 진..

학회원들의 책 2022.10.03

2021년 올해의 합정만화상

2021년 올해의 합정만화상을 발표합니다. 올해는 두번째 선정인만큼 기준과 방식을 좀 더 다듬어 보았습니다. 완결된 작품에 한해 본상을 수여하기로 기준을 정해 2020년 12월~2021년 11월 사이 연재되거나 출판된 이력이 있는 완결 작품을 대상으로 학회원 각자의 추천작을 취합했습니다. 이렇게 모인 1차 리스트 작품들은 총 25편으로, 각자 추천작을 다시 읽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어 2차 투표와 회의를 진행하여 본상 대상작 10편 내외를 추리고 특별 언급작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그리고 최종 3차 투표를 통해 본상 수상작을 선정했습니다. 상금도 상패도 없는 상이라 민망합니다만, 독자분들께서 저희가 선정한 수상작들을 읽어주신다면 그것이야말로 '올해의 합정만화상'의 보람입니다. 감사합니다. 2021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