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회원들의 글 3

2023 합정만화상 선정작 웹툰 <도토리 문화센터> 리뷰

일상툰의 요소를 일상툰 바깥에서 확장하다 : 웹툰 ‘일상툰’이라는 장르는 어떤 의미로는 한국 웹툰의 역사와 함께 한 장르기도 했다. 이전에도 ‘에세이’를 내건 작품이 없던 것은 아니다. 만화가 김진이 처음에는 ‘진이’라는 또 다른 필명으로 연재했던 처럼 카툰의 문법을 응용하여 만든 짧은 호흡의 작품들이나, 권교정의 같이 작가 본인을 형상화한 캐릭터가 등장해 작가 본인이 겪은 일을 모티브로 하며 그려낸 작품은 웹툰 이전에도 등장했다. 그러나 ‘일상툰’이 이전의 에세이 장르 만화가 결이 달라지는 점이라면, 작품 밖의 작가와 작품 안의 ‘작가를 형상화한 캐릭터’ 사이의 모호함을 적극적으로 사용하며 다수의 독자들이 공감할 수 있는 소재의 이야기를 풀어낸다는 점에 있을 것이다. 난다의 첫 장편 웹툰이었던 는 이러..

학회원들의 글 2023.12.31

2023 합정만화상 선정작 웹툰 <순정 히포크라테스> 리뷰 (조익상)

‘사람 고쳐 쓰는’ 이야기로 읽기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다.” 속담도 아닌데 너무 잘 알려진 말이다. 거의 진리처럼, 마치 법칙처럼 사회 속에 스며든 이 말을 정돈하면 이런 의미다. ‘사람의 부정적 특성 혹은 본성은 고쳐지지 않는다.’ 과거 어떤 잘못을 저지른 사람은 또 같은 잘못을 저지를 것이며, 그것은 고쳐지지 않는 부정적 특성 혹은 본성 때문이다. 이 생각은 사건 보도 등 여러 사례를 통해 실체성을 획득한다. 전과자가 더이상 범죄를 저지르지 않는 것보다는, 2범이 되고 3범이 되는 것이 뉴스가 되기 때문이다. 이렇게 어떤 재범이 뉴스가 되면 “사람 고쳐 쓰는 거 아니”라는 말의 무게감도 더해진다. 한 사람의 사례를 통해 모든 사람의 일반 법칙이 도출되는 마법이 일어나고야 만다. 하지만 인물의 성..

학회원들의 글 2023.12.31

2023 합정만화상 선정작 웹툰 <순정 히포크라테스> 리뷰 (조경숙)

망가진 세계의 틈새에서 사랑을 말하는 법 : 웹툰 세계는 끔찍하게 망가져 있다. 특히 여자에게는 더할 나위 없이 가혹한 모습으로. 사람들은 1초도 채 되지 않는 영상에서 캐릭터의 손가락 모양을 잡아내어 페미니스트라 밝힌 이에게 퇴사를 종용하고, 짧은 머리를 하고 있으니 페미니스트라며 물리적 폭력을 가하기도 한다. 채용에서는 남자보다 높은 점수를 받아도 떨어지기 십상이고, 애써 입사하더라도 승진하기 어렵다. 잘 알려진 기업 가운데 여성 임원이 단 한 명도 없는 곳도 아직은 많다. 우리 사회는 세상으로 나아가려는 여자들의 발목을 붙잡고 그들의 진로를 방해하는 모양으로 굳어져 있다. 여자들은 자신을 찾아내기 위해 스스로를 독려해야 할 뿐만 아니라 세상의 관성과도, 심지어 사랑하는 사람과도 싸워야 한다. 웹툰 ..

학회원들의 글 2023.1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