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의 합정만화상

2021년 올해의 합정만화상

합정만화연구학회 2021. 12. 31. 07:10

2021년 올해의 합정만화상을 발표합니다.

 

올해는 두번째 선정인만큼 기준과 방식을 좀 더 다듬어 보았습니다. 완결된 작품에 한해 본상을 수여하기로 기준을 정해 2020년 12월~2021년 11월 사이 연재되거나 출판된 이력이 있는 완결 작품을 대상으로 학회원 각자의 추천작을 취합했습니다. 이렇게 모인 1차 리스트 작품들은 총 25편으로, 각자 추천작을 다시 읽어보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어 2차 투표와 회의를 진행하여 본상 대상작 10편 내외를 추리고 특별 언급작에 대해 논의했습니다. 그리고 최종 3차 투표를 통해 본상 수상작을 선정했습니다.

 

상금도 상패도 없는 상이라 민망합니다만, 독자분들께서 저희가 선정한 수상작들을 읽어주신다면 그것이야말로 '올해의 합정만화상'의 보람입니다. 감사합니다.

 

2021년 '올해의 합정만화상' 선정작

국내 작품

작품명 작가 연재 플랫폼/출판사
그날 죽은 나는 이언 네이버웹툰
도롱이 사이사 네이버웹툰
똥두 국무영 비룡소
유색의 멜랑꼴리 비나리 카카오웹툰
이세린 가이드 김정연 코난북스

국외 작품

작품명 작가 연재 플랫폼/출판사
은하의 죽지 않는 아이들에게 시카와 유키 (김동욱 역) 문학동네

특별언급

작품명 작가 연재 플랫폼/출판사
닥터 프로스트 이종범 네이버웹툰 
루나의 전세역전 루나 SNS, 블로그
신의 태궁 해소금 카카오웹툰
지역의 사생활 99 불키드 외 삐약삐약북스

2021년 올해의 합정만화상 선정인단
박범기 만화평론가, 박희정 기록활동가, 성상민 만화평론가, 조경숙 만화평론가,
조익상 만화평론가, 최윤주 만화평론가, 한상정 만화연구자

 

 


본상

 

그날 죽은 나는 대표이미지 (출처: 네이버시리즈)

그날 죽은 나는  이언, 네이버웹툰

처음에는 <데미안>을 떠올리며 읽었다. 학교라는 공간에서 주인공이 고난을 겪지만 관계를 통해 성장을 경험하는 초중반부는 비슷하게 읽혔다. 하지만 끝까지 읽고 나니 <그날 죽은 나는>은 전혀 다른 성장 이야기였다. <데미안>의 성장이 세계 앞에 서는 개인의 여정이라면, <그날 죽은 나는> 속 성장은 사회에서 서로의 곁에 서는 연대가 탄생하는 과정이기 때문이다. 게다가 그 과정은 이야기의 끝에서 맺어지지 않는다. 이야기와 제목이 서로 주거니 받거니 독자의 함께 읽기와 쓰기를, 연대를 유도하기 때문이다.

 

잘 지어진 제목은 이야기의 함축이다. 더 잘 지어진다면 제목은 이야기를 다시 보게 하는 힘까지도 지닌다. 이언 작가는 <그날 죽은 나는>이라는 제목으로 그 모두를 한다. 그리고 더 뻗어나간다. 잘 기획된 이야기와 제목의 간극이 이끌어내는 것은 미완성의 문장(들)에 대한 독자의 천착이다. 천착과 함께 이야기 속 인물을 주어로 둔 문장이, 이야기 밖 세계에서 마주했던 인물들의 문장이, 완전히 다시 새롭게 읽힌다. 따라서 미완의 문장이 이어 쓰인다. 마술적인 힘을 지닌 제목과 이야기에 의해 성장 이야기가 다시, 달리, 새롭게 쓰인다. 그럴 수밖에 없다. 작품을 모두 읽고 나면 어느 독자에게나 미완의 어두가 주어지기 때문이다. 이 작품을 읽은 나는.   by 조익상 만화평론가

 

 

 

도롱이 대표 이미지 (출처: 사이사 작가 트위터)

도롱이  사이사, 네이버웹툰

웹툰 <도롱이>는 용서에 대한 이야기다. 이 작품은 용서를 받기 위한, 나아가 용서하기 위한 조건에 대해 질문한다. 작중에서 이무기들은 '양식'되는 동물들로, 오랜 세월 이무기 백정가의 잔혹한 폭력 아래 비명 한 번 내지르지 못하고 목숨을 잃었다.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할 수 있는 이무기에게 목소리를 빼앗아 그들을 제어하고 탄압하는 이 오래된 폭력은 작중에서 창작된 가상의 폭력이다. 그렇지만 이 내용 자체는 우리 사회가 여태 자행해 온 동물 학대로도 읽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도롱이>는 사회적 재난 안에서 피해/생존자가 어떻게 살아남는지 보여주는 재난 서사이기도 하며, 나아가 여성 혐오의 폭력 안에 여성들이 투쟁해 온 역사가 겹쳐지는 여성 서사이기도 하다. 그 어떤 비유로 읽어도 좋을 만큼, <도롱이>가 보여주는 세계는 함축적이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도롱이>가 마냥 추상적인 이야기를 다루는 건 아니다. <도롱이>의 매력은 캐릭터들의 구체적인 입장이 격렬하게 충돌하며 몰아치는 전개에 있다. 단지 죄책감을 덜고 싶은 마음에 가볍게 시작했던 사죄의 길은 모든 이의 삶을 뒤바꾸는 '용의 길'이 된다. 연출, 서사, 캐릭터, 작화 등 여러 면에서 어느 것 하나 빠지지 않는 걸작. 일독이 아니라 이독, 삼독을 권하고 싶다.   by 조경숙 만화평론가

 

 

 

똥두 1권 책 표지 (출처: 비룡소)

똥두  국무영, 비룡소

‘똥두’라는, 한번 들으면 꼭 기억에 남고야 말 제목은 주인공의 별명이다. 이름은 동두희, 열다섯 살 중학생이다. 두희의 이야기는 거대한 존재론적 질문으로 시작한다. “나는 왜 하필 나인 걸까?"  두희는 삶에서 마주치는 모든 것에 끝없이 왜를 묻는다. '질풍노도의 시기’란 으레 그런 것이기 때문일까. 글쎄. 두희는 지금 전투 중이다. 나를 미워하는 마음으로 괴로운데, 이 전투의 적은 분명하지 않다. 자기혐오에 빠진 소녀가 주인공인 이야기는 낯설지 않다. 이 감정 혹은 사건의 정체를 무엇이라고 볼 것인가, 그 해결책을 어떻게 써나갈 것인가에 따라 주인공 앞에는 아주 다른 길이 펼쳐질 것이다. 

 

두희는 남자친구가 생기면 권태와 못마땅함으로 가득한 일상이 바뀔 것이라 여긴다. 그러나 두희의 삶이 제대로 흔들리는 건 부끄러운 자기 모습과 마주하면 서다. 그때 두희의 앞에는 선택의 길이 열린다. 갈래 길에서 두희는 자신이 깨달은 만큼 책임을 지기로 결심한다.  삶에 무언가를 더할 때 새로운 삶이 열리는 것이 아니라 삶을, 세상을 보는 방식을 변화할 때 새로운 걸 볼 수 있다는 단순하고도 어려운 진리가 두희를 통해 우리에게 스며온다. 맺는 관계가 달라지는 것만으로 새로운 세계가 열리는 풍경이 설득력 있게 그려진다. 

 

'똥두’를 올해의 만화로 꼽고 싶은 건 주제의식 때문만은 아니다. 작품이 품은 질문을 만화적으로 전달하는 방식에 위트와 재능이 넘친다. 단 한컷으로 아주 많은 걸 설명해내는 만화가는 흔치 않다. ‘국산 무농약 박재영’의 줄임말을 필명으로 쓰는 국무영 작가는 골치 아픈 세상을,  잘 구성한 만화 언어로 유쾌하게 비틀어 독자 앞에 내민다. 나는 그만 표지를 보자마자 사랑에 빠지고 말았다.  by 박희정 기록활동가

 

 

 

유색의 멜랑꼴리 대표 이미지 (출처: 카카오웹툰)

유색의 멜랑꼴리  비나리, 카카오웹툰

제목이 참 예쁘면서도 궁금증을 자아냈다. 왜 이런 제목을 붙였을까. 유색의 멜랑콜리란 어떤 감각일까. 멜랑콜리가 잔잔한 슬픔이 깔린 상태라면 어떤 색이 어울릴까. <유색의 멜랑콜리>는 대다수의 만화작품이 잘 다루지 않는 세계를 다룬다. 현실에서 분명 존재하고 있지만 제대로 드러내기 어렵기도 하고 또는 뚜렷하게 주장을 내세우기도 어려운, 지금 여기서 실제 살아가는 사람들의 감정이나 감각 말이다. 대부분 그렇지 않냐고? 이 작품을 읽다 보면 알게 될 것이다. 독자에게 익숙한 그 재현들이 얼마만큼이나 추상화된 것인지. 부모 사이의, 부부 사이의, 친구 사이의, 연인 사이의, 또는 어떤 것으로도 명확하게 정의할 수 없는 관계에서의 애정과 분노, 기대와 배려, 신뢰와 기다림, 또는 이런 명명마저도 정확하지 않은 미세한 떨림들을 제대로 드러내 준다.  

 

우리는 얼마나 관계들을 추상적으로, 주입된 이미지에 따라 그려오고 읽어왔던 것일까. 아니 현실에서조차 모든 관계에 대해 대충 얼버무리며 살아왔던 것이 아닐까. 너무나 다양해서 도저히 구분조차 어려운 뭉텅이 속에서 감정의 결들을 하나하나 세심하게 집어내 준다는 점이 이 작품을 추천하는 이유이다. 작품을 따라 세상의 빠른 속도에서 벗어나 자신과 주변을 지긋이 오랫동안 관찰하고 보듬다 보면 좀 슬퍼질지도 모른다. 그래도 잰걸음을 꼭 멈춰야 한다고 생각할 때, 이 작품을 권한다.  by 한상정 만화연구자

 

 

 

이세린 가이드 책 표지 (출처: 코난북스)

이세린 가이드  김정연, 코난북스

<이세린 가이드>는 한 비혼 여성이 직업인으로서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음식모형 제작자’라는 직업인, 혼자 사는 비혼 여성, 가부장적 가정의 ‘고명딸’ 등 다양한 정체성을 갖고 있는 이세린의 삶의 모습이 펼쳐져 있다.

 

전작 <혼자를 기르는 법>에서 비혼 여성의 삶의 모습을 세밀히 그렸던 김정연 작가는 이 작품에서도 특유의 섬세한 필치로 이세린의 모습을 그려내고 있다. 전작이 혼자 살아가는 비혼 여성에 대한 일반적인 묘사에 치중했다면, 이 작품은 혼자 살아가는 특정한 비혼 여성의 구체적인 묘사에 치중한다. ‘음식모형제작자’의 작업 모습이 구체적으로 그려져 있어서, 그것을 살펴보는 것 또한 읽는 재미 중에 하나다. ‘이세린’이라는 구체적인 한 개인의 모습이 마치 실존하는 인물의 이야기인 것처럼 보이는 점 또한 흥미롭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작품은 여성의 이야기도, 음식의 이야기도 아니다. 무엇보다, 이 작품은 이야기의 포용력에 그 장점이 있다. 이 작품은 여성의 이야기에만 국한되지도 않고, 음식 이야기에만 국한 되지도 않는다. 이 작품은 삶을 살아가는 이야기, 곧 인생의 이야기로 확장된다. 그런 점에서 이세린의 독백은 많은 울림을 준다. “인생이란 크게는 뻔한 것 같으면서도 정말 한 치 앞이 흐리다니깐.”  by 박범기 만화평론가

 

 

 

은하의 죽지 않는 아이들에게 1권 책 표지 (출처: 문학동네)

은하의 죽지 않는 아이들에게  시카와 유키 저, 김동욱 역, 문학동네

대개 판타지를 읽는 즐거움이란 놀이기구의 무중력 상태처럼 현실 너머의 세계를 엿보는 데서 온다. 그런데 때로 어떤 판타지는 스스로의 상상에 지극히 충실함으로써 자기만의 중력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은하의 죽지 않는 아이들에게>가 그런 작품이다. 모든 동식물이 무성히 태어나고 자라 죽는 와중에 인간만은 새로 태어나지 않는 별을 배경으로, 영원히 늙지도 죽지도 않는 두 아이의 이야기가 펼쳐진다. 사실 '영원'만큼 인간의 경험밖에 존재하는 개념도 없는데, 실제로 불사의 존재가 있다면 영원을 이렇게 살아내고 있을 것만 같다는 착각이 이 작품을 보면 든다. 무구한 아이의 얼굴로 권태와 허무, 고독을 견디기 위해 닥치는 대로 책을 읽거나 랩을 하거나 필연 이별할 수밖에 없는 반려동물 기르는 일을 반복하고, 자해와 자살을 거듭하는 모습들을 보고 있자면 경험적으로 알 리 없는 영원을 '체감'하는 기분이 든다. 너무도 아득하고 외로운 시간이다.

 

하지만 이 작품의 진짜 미덕은 그렇게 깊고 넓어진 감각으로 다시금 현실의 삶을 돌아보게 한다는 데에 있다. 상상력을 통해 구현된 영원의 옆자리에 인간의 유한한 삶이 놓여 상대화될 때, 그 찰나의 가치가 비로소 이해된다. 어제와 오늘의 구별이 유의미하고 내일이 희망을 품은 미래로 여겨질 수 있는 것은 삶이 유한하기 때문이다. 깊은 사유를 담아낸 대사가 특히나 빛나는 작품이다. 읽어보길 권한다.  by 최윤주 만화평론가

 

 

 


특별 언급

 

닥터 프로스트 7권 책 표지 사진 (출처: 문학동네)

닥터 프로스트  이종범, 네이버웹툰

첫 삽을 뜬 2011년, <닥터 프로스트>는 전문가의 세계를 진지하게 담은 첫 웹툰이었다. 공들인 취재에 바탕한 흥미로운 캐릭터와 이야기로 심리학을 풀어냈다.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성과일 테지만 시즌이 이어짐에 따라 모든 것이 진화하고 성과도 배가되었다. 상담자와 내담자의 틀을 기본으로 여러 병증을 담아낸 시즌 1과 2는 대학교를 배경으로 에피소드 별로 진행되지만, 시즌 3부터는 배경과 플롯 모두 완연히 달라진다. 특히 시즌 4는 개인의 심리만이 아닌 사회 심리까지 겨냥하며 혐오 범죄를 정면으로 다룬다. 개별 시즌의 형식과 온도를 이만큼 달리하면서도 통일성을 유지하는 것은 입체적인 캐릭터와 올곧은 메시지의 힘이다. 규모와 형식을 통틀어, 한국 웹툰 사상 가장 깊은 고민과 공부가 투여된 작품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게다가 재미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본상을 수여하지 않는 것은, 아이러니하게도 <닥터 프로스트>가 그동안 너무 많은 상을 받았기 때문이다. 이렇게나 많은 상을 받은 작품에 우리 학회까지 상을 줄 필요가 있을까 하는 회의론 속에서, 그래도 특별 언급만큼은 하자고 뜻을 모았다. 오늘의우리만화상을 제외한 다른 상들은 모두 시즌 4 이전에 받은 상이니만큼, 우리 학회는 시즌 4라는 대미의 의미를 따로 돋을새김 하고 싶었다. 10년을 마무리하는 이야기로 시즌 4는 더할 나위 없이 탄탄한 이야기였고 게다가 시의적절하기까지 했다. 그야말로 '완결'이었다.   by 조익상 만화평론가

 

 

 

루나의 전세역전 1화 중 (출처: 루나파크 블로그)

루나의 전세역전  루나, SNS/블로그

예로부터 조상들은 옷과 음식, 집이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있어 가장 중요한 요소라며 이들을 통틀어 '의식주'라 불렀다. 그러나 옷이나 음식은 몰라도, 집만큼은 대다수의 현대인이 봉착한 난제임이 틀림없다. 치솟는 집값과 불안정한 전세 속에 안정적 주거는 지극히 소수에게만 가능한 판타지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이런 맥락에서 <루나의 전세역전>은 '공포물' 웹툰이다. 전셋집이 경매로 넘어가는 과정에서 시종일관 무책임한 집주인의 태도, 이제 다 알았다고 생각했는데 또 나오는 빚, 현대인이라면 누구나 공포에 떨 수밖에 없는 상황들이 작품 안에 속속 펼쳐진다.

누구에게도 하소연할 수 없고, 전문가조차 도와줄 수 없는 상황 속에 내던져진 주인공은 이 난관을 홀로 해결해 나간다. 픽션이 아니라는 점에서 진정한 '공포'만화지만, <루나의 전세역전>은 여기 멈추지 않고 비슷한 상황에 처했을 사람들에게 돌파구를 제시한다. 혹여 전세, 경매, 공매라는 단어에서 섬뜩함을 느낀다면, 일단 이 만화를 읽어보자. (*SNS 연재작으로, 현재 루나 작가의 블로그에서 전 시리즈를 열람할 수 있다.)   by 조경숙 만화평론가

 

 

 

지역의 사생활 99 시리즈 표지 (출처: 삐약삐약북스)

지역의 사생활 99  불키드 외, 삐약삐약북스

<지역의 사생활 99>는 최소한 한국에서는 전례를 찾아보기 어려운 만화 프로젝트다. 작가에게 개인적으로 애착이 있거나 정감이 가는 지역을 배경으로 한 만화는 이전에도 적지 않게 존재했다. 그러나 <지역의 사생활 99>의 시도는 좀 더 과감하다. ‘99’라는 이름에서 넌지시 드러나듯, 각 시즌마다 9곳의 지역 도시를 9명의 만화가가 9권의 만화책으로 만드는 공동 작업 프로젝트이기 때문이다. 2020년과 2021년, 총 2개 시즌에 걸쳐 모인 작가들은 각자가 택한 지역을 각각의 시선으로 새롭게 해석하며, 각 지역의 느낌을 이미지 기호와 스토리텔링의 맥락으로 재구축해내었다.

작품마다 스타일이 전부 제각각이기 때문에 <지역의 사생활 99>의 각 작품에 대해 이 자리에서 개별적으로 말하기는 쉽지 않다. 동시에 9명이라는 작가가 참여한 프로젝트이기에 작품별 편차도 눈에 띈다. 이러한 집단 작업이 가질 수 있는 필연적인 한계에도 불구하고 <지역의 사생활 99>는 한국 만화, 특히 독립만화에 있어 큰 의의를 가지는 프로젝트인 것은 분명하다. 오랜 시간 독자를 만날 통로를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한국의 독립만화는 2010년대에 접어들며 ‘독립서점’이나 ‘언리미티드 에디션’과 같은 오프라인 플랫폼을 통한 만남의 장을 만들었다. ‘텀블벅’을 비롯한 온라인 플랫폼은 지속적인 자금난에 시달리는 독립만화 전반의 상황을 지탱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주류의 만화가 쉽게 도전할 수 없는 독특한 '기획'이 독립적인 행보로 움직이는 작가, 다시 그 작품을 감상하는 독자와 이를 이어주는 플랫폼을 모두 만나며 <지역의 사생활 99>와 같은 프로젝트가 비로소 현실이 될 수 있었다. 이 프로젝트는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풍성해지고 있는, 좀 더 대담해지고 있는 독립만화의 물결을 드러내는 증명이라 할 만하다.  by 성상민 만화평론가

 

 

 

신의 태궁 대표 이미지 (출처: 카카오웹툰)

신의 태궁  해소금, 카카오웹툰

웹툰 <신의 태궁>은 연출 측면에서 동양 판타지의 정수를 보이는 작품이다. 작품의 배경이 되는 설화를 설명하는 부분마다, 스크래치 기법을 활용해 신비로우면서도 동화적인 분위기를 자아냈다. 몇 차례의 생을 거치며 이어지는 인연과 징벌을 두려워 않고 뛰어드는 과감한 사랑은 단지 '로맨스'가 아니라, 보다 이타적인 사랑에 관해 이야기한다.

 

학회원들이 모두 입을 모아 감탄했으나, 아직 미완결 작품이라 아쉽게도 본상에 오르지 못했다. <신의 태궁> 본편은 지난 10월 마지막 화가 올라왔지만, 본편에서 미처 풀리지 못한 이야기들이 현재 외전으로 연재 중이다. 작품이 연재되는 동안 많은 독자가 감상했으면 하는 바람으로, '특별 언급' 작품에 선정했다.   by 조경숙 만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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