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년 올해의 합정만화상을 발표합니다
합정만화연구학회가 ‘올해의 합정만화상’을 선정한 지 6년이 되었다. 예년과 마찬가지로 2024년 1월 1일부터 약 2년간 공개된 작품들을 대상으로, 2차례의 추천 및 심사 과정을 거쳤다. 그리고 논의를 통해 본상으로는 사이사 작가의 <눈에 밟힌 발걸음>, 만리포 작가의 <돈덴>, 조현아 작가의 <산타 스카우트>를, 특별언급으로는 고다 작가의 <슬로우 다이브>를 선정했다.
이번에 선정된 작품들은 저마다 장르도, 스타일도, 방향성도 달라도 이미지와 서사를 모두 잘 활용하며, 만화가 지니는 기호적 언어의 특징을 적절하게 파악하며 독자에게 전달을 시도한 작품들이었다. <눈에 밟힌 발걸음>처럼 포스트 아포칼립스의 세계관에서 펼쳐지는 작품도, <산타 스카우트> 같이 따뜻한 시선의 판타지를 담아낸 작품도 있다. <돈덴> 같이 작가의 실제 경험을 바탕으로 한 작품이 있는 한편, <슬로우 다이브>처럼 장르의 전형성을 비틀어내며 색다른 전개를 시도한 만화도 있었다. 다만 <슬로우 다이브>의 경우, 연재 기간이 아직 길지 않아 향후 전개가 충분히 이루어지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특별 언급으로 분류했다.
어떠한 상황에서도 분명 좋은 작품은 나온다. 그런 좋은 작품들이 이러한 선정 작업 등을 통해 좀 더 많은 사람에게 다가갈 수 있길 바랄 따름이다. 합정만화상은 그런 마음으로 시작된 작업이었다. 앞으로도 합정만화상은 좀 더 다양한 작품이, 더 많은 독자를 만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꾸준히 이어가려 한다_성상민 만화평론가
| 구분 | 작품명 | 작가 | 출판사/연재처 |
| 본상 | 눈에 밟힌 발걸음 | 사이사 | 네이버웹툰 |
| 돈덴 | 만리포 | 문학동네 | |
| 산타 스카우트 | 조현아 | 네이버웹툰 | |
| 특별언급 | 슬로우 다이브 | 고다 | 네이버웹툰 |

<눈에 밟힌 발걸음> 추천사

<도롱이>가 그랬듯 <눈에 밟힌 발걸음>도 겉에 보이는 모습은 여타의 모험 만화처럼 특정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한 여정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그 여정은 <도롱이>와 마찬가지로 스펙타클을 위한 도구적 활용을 넘어서, 분명한 목표를 지니며 움직이는 중요한 과정이다. 여정에서 만나고 경험하는 다양한 존재와 장소는 주인공에게 여정이 가지는 의미를 상기하게 하고, 때로는 그간의 모습을 성찰하는 순간이 되기도 한다. 마치 일종의 '로드 무비'를 보는 것처럼, 결코 밝을 수 없는 여행의 끝을 알면서도 묵묵히 자신이 가야할 길을 걸어 나가는 주인공의 여정은 무수한 감정과 생각을 독자들에게 강하게 불러 일으킨다_성상민 만화평론가
로드물은 언제나 마음을 뛰게 한다. 아마 우리의 삶도 어떤 ‘장소’라기보다 ‘길’에 더 가까운 탓일 것이다. 어린아이가 안타까운 상황에 부닥치는 설정은 아무래도 취향이 아니지만, 그럼에도 선우의 여정을 끝까지 따라가고 싶었다. 사람을 움직이는 것은 신념이나 거창한 사명감이 아니라, 그저 별것 아닌 약속이라는 점에 깊이 공감했기 때문이다. 다만 더 오래, 진득하게 걸어갈 줄 알았던 선우의 여정이 단편 분량 안에서 빠르게 끝나버린 점은 아쉽다_조경숙 만화평론가
내가 만나 본 가장 따뜻한 얼음땡. 혹은 사이사식 장애론, 신론, 그리고 인간론. 기후재앙의 시대를 떠올리며 읽어도, 포스트아포칼립스 드라마로 읽어도 다 흥미롭다. 이런 만화가 있어서 만화 평론가는 길을 걸을 수 있다. 차갑고 험난한 길이지만 혼자가 아니니까. 느려도 절룩거려도 파란을 마주쳐도, 눈에 밟힌 발걸음을 따라 걷는다_조익상 만화평론가
<돈덴> 추천사

표지부터 홀려서 읽었다. 제목을 빛나게 덮은 코팅은 편집자가 이 책 돋보이게 하고 싶어서 안달났다는 말이다. 게다가 권말에는 이자혜 작가와 인터뷰까지 주선해 뒀다. 편집자 입장에서 그만큼 할 수 있는 모든 걸 다해서 띄우고 싶었을 신인이다. 두 단편에는 이야기와 그림 모두에 피가 묻어 있다. 자기 피를 어디로 튀기고 싶은지 아는 사람이 만든 만화다. 올해 가장 눈에 띄는 출판만화고 신인 작가다_조익상 만화평론가
작가 자신이 일본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경험을 바탕으로 탄생한 단편, 그리고 학교에서 벌어지는 일을 소재로 만든 픽션 단편. 작품집에 수록된 두 편의 단편은 결은 조금 다르지만, 때로는 쉽게 지나치거나 일상의 편린으로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을 모습들을 포착해 이야기로 만드는 조작감이 무척이나 탁월하다. 서사성을 발견하는 힘은 작가 자신에 대한 성찰을 넘어, 작품을 읽는 독자들에게도 주변을 돌아보게 만드는 힘이 된다. 한국 웹툰의 깊은 뿌리인 에세이 만화를 자신의 주관대로 재해석하며, 재조립하면서 만들어낸 2020년대 한국 만화의 성취라 말할 수 있을 것이다_성상민 만화평론가
<산타 스카우트> 추천사

전작에서는 편지로, 이번 작품에서는 선물로. 모두가 조그마한 스크린 속에 갇혀 있는 듯한 오늘의 사회에서 조현아 작가는, 누군가의 손을 통해 직접 전해져야만 하는 아날로그한 매개체에 주목한다. 순전한 즐거움으로 만들어진 눈사람이기에 영혼을 담기에 적합하다는 설정은 기발한 데다 사랑스럽고, 선물이 하나둘 전달될 때마다 풀려나오는 서사는 슬프지만 아름답다. 눈발 날리는 차가운 눈보라조차 따뜻하게 느껴지게 만드는 단 하나의 이야기가 있다면, 바로 이 작품이다_조경숙 만화평론가
여름과 겨울, 현실과 비현실, 일상적인 드라마와 두근거리는 판타지. 얼핏 보면 작가의 이름을 널리 알린 데뷔 장편 <연의 편지>와 많은 것들이 달라 보이지만, 여전히 변하지 않은 것들이 있다. 파스텔톤의 채색과 부드러운 선화, 등장인물들을 바라보는 따스한 시선, 그리고 인물들이 이루고 싶은 목표를 향해 전진하고 그 과정에서 점차 가까워지는 관계를 담아내는 섬세한 접근들. 장편 작품이 점차 주를 이루고 중단편이 줄어드는 한국 만화에서, 조현아 작가는 자신이 가장 잘 드러낼 수 있는 이야기를 자신만의 방법으로 표현하는 것에 성공했다_성상민 만화평론가
작년 크리스마스를 어떻게 보냈는지 모르겠다. 여름에 완결까지 보고서 겨울에 한번 더 몰아서 보려던 걸 실패했다는 얘기다. 한해를 걸러 제철에 다시 만난 <산타 스카우트>는 크리스마스로 석사논문 썼던 사람을 홀리기에 충분했다. 산타가 장악한 크리스마스는 말 잘 듣는 착한 어린이가 선물을 받는 날이다. (어른의 법에 순치된 대가로 하루치 행복을 반짝 누린다.) 하지만 조현아 작가는 '말 안 듣는', '나쁜' 어린이에게도 선물을 줄 수 있는 조건을 탐구한다. 더 정확히는, 어린이들이 스스로 선물을 만들고 나눌 방법을 탐험한다. 그러니 이것은 어린이를 진정 주인공으로 축성하는 '크리스마스 만화'다. 오래도록 12월마다 읽히길 기원한다_조익상 만화평론가
특별언급작 <슬로우 다이브> 추천사

다이빙 웹툰 <슬로우 다이브>는 올해 만난 만화 중 가장 시원한 작품이다. 물결이 반짝이는 수영장이나 시간에 따라 색을 바꾸는 하늘을 볼 때마다 이 작품이 그려내는 모든 파랑이 좋다고 생각했다. 스포츠 만화로선 진부한 평가이지만, 이 파랑이야말로 청춘의 색이라고도. 까마득하게 높은 다이빙 플랫폼에서 매일 뛰어내릴 용기를 내고, 어두워가는 하늘 아래를 걸으며 하루의 실수를 곱씹는 주인공을 마음 깊이 응원하는 중이다. 그 응원의 과정이 시원할 정도로 즐거운 또 하나의 이유는 연출 덕분일 것이다. 이 작품을 통해 수직의 하강력을 활용하는 다이빙이야말로 웹툰에 최적화된 소재임을 알게 됐다. <슬로우 다이브>가 그려갈 내년의 여름 역시 몹시 기대하고 있다_최윤주 만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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